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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선거] 6·3 지방선거, '동네 민주주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선데이뉴스신문 신민정 국장

6·3 지방선거, 풀뿌리 민주주의의 명운을 묻다

오는 2026년 6월 3일, 대한민국 자치분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제10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향후 4년간 지역을 이끌 행정가와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정기적인 통과 의례가 아니다. 갈등과 대립, 진영 논리로 점철된 중앙 정치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시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령을 회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의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 혹은 '전초전'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거는 기대는 준엄하다. 정쟁에 매몰된 소모적인 정치가 아니라, 내 삶의 터전과 우리 동네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생활 밀착형 정치'의 실현을 갈망하고 있다. 동네 민주주의가 바로 서지 않으면 국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위기의식 아래, 이번 6·3 지방선거는 '자치'의 참뜻을 되새기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정책 대결의 실종과 '장밋빛 공약'의 함정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철저한 '정책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지방선거를 복기해보면, 중앙 정치권의 세 대결이나 정권 심판 혹은 수호라는 거대 프레임이 지역의 현안을 집어삼키는 양상이 반복되었다. 후보자들은 표심만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 투입이나 실현 가능성 없는 '장밋빛 토건 개발'을 남발하며 지역 주민을 현혹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최대 위기인 '지방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의료 인프라 구축, 인구 절벽 시대의 촘촘한 통합 돌봄 체계 마련,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 단위의 에너지 전환 정책 등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후보자들은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을 넘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실행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재원 대책 없는 공약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정치적 수사일 뿐이며, 이는 결국 지방 재정의 파탄과 주민 부담 가중으로 귀결될 뿐이다.

공약 실천 '비는(祈)' 선거에서 '지키는(守)' 행정으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후보들이 시장 바닥에서 허리를 굽히며 표를 '비는' 모습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간절한 몸짓이 아니라, 그들이 내뱉은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책임감이다. 그동안 지방선거가 '공약(空約) 남발의 장'으로 전락한 이유는 당선만 되고 나면 그만이라는 후보자들의 무책임과 이를 사후에 강제할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표를 구걸하는 선거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행 계약'을 체결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우선, 후보자들은 공약의 '실행 가용성'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중앙 정부의 국비 지원에 기대거나 막연한 민간 자본 유치를 내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공수표'에 불과하다.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조례 제정이나 개정 등 입법적 뒷받침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긴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선심성 현금 복지 공약의 경우, 4년 임기 내 필요한 총소요 예산과 그에 따른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반드시 병기해야 한다.

또한, 공약 실천의 '투명한 사후 검증'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당선인이 취임 후 공약 이행 과정을 분기별로 공개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약이행 검증위원회'를 통해 상시적인 감시를 받겠다는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키지 못할 사정이 생겼다면 정직하게 사유를 밝히고 주민의 이해를 구하는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

결국 공약 실천은 후보자의 자질을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다. 이번 선거에서는 화려한 언변으로 표를 '비는' 후보보다, 투박하더라도 실현 가능한 대안을 들고나온 후보에게 눈길을 주어야 한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동네를 바꿀 때, 비로소 유권자의 한 표는 '권력의 위임'이라는 진정한 가치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공천 개혁, '지방 토호 정치'와의 단절
각 정당은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으로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여전히 '지방 토호들의 이권 잔치'나 '중앙당 지도부의 하수인 양성소'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문성과 도덕성이 결여된 후보들이 정당의 간판과 공천권자의 의중에 기대어 당선되는 고질적인 구조 때문이다. 정당은 공천 과정의 모든 단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사회에서 오랫동안 헌신하며 검증된 인물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청년과 여성, 장애인,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신진 인재들에게 정치적 문턱을 대폭 낮추는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 지방의회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담아내는 거울이어야 한다. 공천의 민주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지방의회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고, 자치 입법의 전문성도 강화될 수 있다. 정당은 공천권 행사가 권력이 아니라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무거운 책임임을 명심해야 한다.

'2할 자치'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인 분권으로
아울러 이번 선거는 '지방 자치권의 실질적 강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여전히 중앙 정부에 예산과 권한이 집중된 이른바 '2할 자치'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역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재정 자립도를 향상시키고, 중앙의 행정 권한을 과감히 이양하는 분권 정책이 선거 공약의 핵심으로 다뤄져야 한다.

지역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중앙 집권적 행정으로는 지역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지방 정부가 자율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정책 실험을 할 수 있을 때, 그 성과가 국가 전체의 상향식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후보자들은 자신이 당선될 지역의 자치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그리고 중앙 정부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지역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증명해야 한다.

기후 위기와 사회적 돌봄, 지방정부의 새로운 역할
오늘날 지방정부에 요구되는 역할은 과거와 판이하다. 과거에는 도로를 닦고 건물을 올리는 행정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지속 가능성'과 '안전한 삶'이 행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후 위기는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탄소 중립 실천 계획,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의 확립,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등 지방정부 차원의 결단이 절실하다.

동시에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은 '돌봄'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요양원이나 병원에 의존하는 돌봄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이웃과 어우러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시스템의 구축은 지방자치의 성패를 가름할 잣대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단순한 복지 수당 지급을 넘어, 체계적이고 따뜻한 돌봄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주권자의 깨어있는 감시와 선택의 무게
결국 지방선거의 완성은 유권자의 손끝에 달려 있다. 화려한 수식어와 현란한 현수막, 소모적인 흑색선전 뒤에 숨은 후보의 진면목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후보의 과거 행적은 어떠했는지, 제시한 공약은 실현 가능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확고한지를 검증하는 것은 주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다.

투표는 단순히 한 표를 던지는 행위를 넘어,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동네의 환경을 결정하고 공동체의 품격을 정하는 엄중한 계약이다. 우리는 정쟁의 늪에 빠진 중앙 정치의 논리가 지방자치라는 신성한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중앙당의 눈치만 보거나, 공천권자의 뜻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후보는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소모적인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 자치 분권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권자의 현명하고 깨어있는 선택만이 우리가 발 딛고 선 삶의 터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깊고 단단한 뿌리가 될 수 있다.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주민과의 성스러운 약속'이다. 이 약속이 지켜질 때 동네 민주주의가 살아나고, 비로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미래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