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태도

[신민정 기자] 지역 곳곳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묵묵히 손을 내밀어 온 한옥순 회장은 '나누고베풀고봉사하는그룹'(약칭 '나베봉')의 회장으로, 34년 이상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인물이다. "봉사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으로 전국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나눔, 34년의 여정
그는 '지속 가능한 나눔'을 강조한다. 봉사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보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작은 반찬 나눔, 연탄 봉사에서 시작된 실천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모았고, 자연스럽게 단체로 이어졌다. 그는 봉사를 "마음이 움직일 때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20살, 열차 안에서 시작된 봉사 인생
한옥순 회장의 봉사 인생은 20살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순천에 있는 친구 집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던 중, 사이클4H 동호회 회원을 만나 '보리 베기 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열차 안에서 들은 농민들의 어려운 사연과 태풍 피해 이야기는 그의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태풍 한 번에 무너져 내린 농작물, 조금만 대비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피해 앞에서 좌절하는 농민들의 현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평생의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그 작은 질문이 이후 34년을 관통하는 삶의 방향이 되었다.

광주에서 생활하던 시절, 한 회장은 뜻을 함께한 이들과 전남 나주 영산포 일대 농가를 찾아 태풍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직접 흙을 만지며 현장 봉사에 뛰어들었다. 지시가 아닌 참여, 말이 아닌 행동이었다.
어머니에게 배운 나눔의 철학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어려운 장애인과 불우이웃들을 집에 데려와 밥을 먹이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란 한 회장은 노숙인과 장애인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집 주위에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꼭 집에 데려와 밥 한 끼라도 먹여 보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눔을 배웠죠."
이러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한 회장이 노숙인의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장애인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리더십
한옥순 회장의 리더십은 '현장 중심'과 '함께하는 봉사'로 요약된다. 그는 봉사 현장에 직접 참여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봉사활동은 책상에서 계획만 세운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필요를 직접 보고, 그에 맞는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진정한 나눔이 가능합니다."
그는 가장 앞도, 가장 뒤도 아닌 '현장 한가운데'에서 함께 땀 흘리는 리더십을 실천한다. 필요하다면 개인 비용을 들여서라도 현장을 지키는 신념이 34년간 단체를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현재 나베봉그룹에는 약 100여 명의 정기 봉사자가 활동 중이며,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매년 40회 이상, 멈추지 않는 실천
나누고베풀고봉사하는그룹은 매년 40회 이상의 봉사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따뜻한 식사 나눔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취약계층을 위한 식사 나눔 프로젝트다. 매주 지역 내 저소득층 가구와 독거노인에게 직접 조리한 따뜻한 식사를 전달하며, 단순히 물질적 지원을 넘어 정서적 위안까지 제공하고 있다.
서울역 인근 '따스한 채움터'에서는 노숙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배식 봉사를 진행한다. 식사 나눔 봉사에 참여한 한 봉사자는 이렇게 말한다.
"음식을 전달하면서 직접 대화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죠.”

10년 넘게 지켜온 생명의 현장, 베이비박스
한옥순 회장의 봉사 여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활동 중 하나는 베이비박스 봉사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버려질 위기에 놓인 아이들과,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목사와 사모 곁을 지켜왔다.
시설 운영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는 물품 지원을 넘어 직접 방역과 소독까지 나섰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뿐이었다.
2026년 새해 첫 봉사 역시 그는 베이비박스를 선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오가닉 원단으로 제작된 아기 이불과 베냇저고리를 전달하며, '생명 하나의 가치'를 사회에 다시 묻고자 했다.
6·25 미망인과 판자촌 할머니, 잊을 수 없는 얼굴들
한옥순 회장의 기억 속에는 수많은 얼굴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은 6·25 참전용사 미망인의 사연이다.
결혼 첫날밤을 보내고 전쟁터로 떠난 남편,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젊은 생명. 이후 평생을 시가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삶 앞에서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종로 판자촌에서 백세를 넘겨 생을 마감한 할머니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늘 "앞으로 잘되길 빌겠다"며 손을 꼭 잡아주던 그 따뜻한 마음은 지금도 봉사를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34년의 여정, 쉽지 않았던 길
34년간의 봉사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봉사 초기 서툴러서 따귀를 맞거나 밀쳐 넘어진 경험도 있고, 산속 쓰레기 줍기활동 중에 날카로운 물체에 베인 사고도 여러 번 겪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된 후원이 봉사 직전에 취소되는 순간은 가장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약속을 믿고 준비했던 봉사자들, 그리고 도움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남는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봉사활동에 미쳤나", "이거 한다고 누가 알아주나", "목적이 있어서 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한 회장은 말한다.
“이런 소리 듣고도 기분이 좋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봉사의 기쁨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때가 많습니다.”
봉사가 바꾼 삶, 고집쟁이에서 나눔의 리더로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한 회장은 고집쟁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왔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현재는 예전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봉사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남을 위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봉사활동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나입니다.” 그는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과 행복감을 "좋다, 행복하다, 기쁘다 이상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가족의 지지, 함께 걷는 길
광주에 사는 두 딸과 남편은 한 회장의 봉사 활동을 항상 지지한다. 한 회장은 "가족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은 상상할 수 없다.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한다. 34년 동안 한 달에 4~5번 정도 전국을 돌며 자원봉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6년, 가까운 이웃을 먼저 보길
한옥순 회장은 2026년을 맞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멀리 있는 이름보다, 가까운 이웃을 먼저 보길”
대기업과 유명 단체에 집중되는 기부 문화 속에서, 이름 없이 묵묵히 봉사하는 단체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봐 달라는 당부다.
특히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아이 한 명, 생명 하나의 소중함을 사회 전체가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름이 아니라 진심을 보고, 작은 표창 하나라도 건네며 그 노고를 인정해줬으면 합니다."
"70살이든 100살이든, 움직일 수 있는 한”
한 회장에게는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한 가지 룰이 있다.
바로 '나에게 뻗친 도움의 손길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 이 같은 약속 때문에 한 회장은 34년간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곳곳 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 심지어 제주도에 가서도 소년원 봉사활동을 했다. 20살, 한 사건으로 시작한 한 회장의 자원봉사활동 사랑. 그는 언제까지 이 사랑을 유지하고 싶을까.
"70살이든 100살이 되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봉사는 계속할 것입니다. 나이와는 관계가 없어요." 그가 말하는 가장 큰 보람은 특정한 성과가 아니다.
"봉사를 알게 되었고, 나누고 베풀며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제 인생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작은 행동이 만드는 큰 변화
한옥순 회장은 "작은 행동이지만, 이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사회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결같이 현장을 지켜온 그는 오늘도 조용히 말한다. "봉사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낸 사람이 이어가는 삶입니다."
한옥순 회장과 나누고베풀고봉사하는그룹은 34년간 한결같이 현장을 지키며 작은 연탄 한 장, 쌀 한 포대에도 사람을 향한 마음을 담아 전달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봉사가 아닌 실천으로 말하는 진정한 나눔을 이어가고 있는 귀감이 되는 단체이다.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닌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지속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며, 나눔이 일상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나베봉그룹이 펼쳐갈 더 큰 나눔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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