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심층보도]“‘친분 광고’ 논란 커진 행정광고비…경기도의회, 홍보비 집행 기준 전면 개편 나선다”

31일 경기도의회 예담채에서 열린 「지역언론 육성과 홍보 집행 개선을 위한 기자간담회」 모습

 

[선데이뉴스신문=신민정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행정광고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재원이 일부에서는 관행이나 관계에 따라 배분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성과 중심의 집행 체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도의회 의회운영연구회가 주최한 「지역언론 육성과 홍보 집행 개선을 위한 기자간담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제도 개선 논의로 끌어올린 계기로 평가된다. 지역언론과 행정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공익적 가치에 기반한 홍보 집행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행정광고비, 공적 자원인가 관행의 산물인가

 

행정광고비는 단순한 홍보 예산이 아니다. 이는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원이며, 정책 정보를 전달하고 공론장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집행 기준의 불명확성과 평가 방식의 한계로 인해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내부 지침에 따라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 기준과 결과가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경우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일부에서는 광고 집행이 특정 매체와의 관계나 관행에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공공정책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행정광고비는 단순히 ‘어디에 얼마를 썼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 그곳에 집행했는가’에 대한 설명 가능성이 핵심이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반복되면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성과 측정의 한계, 디지털 시대에 뒤처진 기준

 

행정광고비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성과 측정 방식이다. 현재 일부에서는 기사 게재 건수 등 정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디지털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의 뉴스 소비는 이미 모바일과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했다. 포털 노출 여부, 검색 접근성, SNS 확산력 등 다양한 요소가 정보 전달 효과를 좌우한다. 단순히 기사 수만으로 홍보 효과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노출도, 접근성, 독자 반응, 콘텐츠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다면적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홍보의 본질은 메시지 전달이다.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예산 집행의 효과를 논하기 어렵다.

 

경기도의회, 제도 개선 논의의 물꼬를 트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열린 경기도의회 기자간담회는 지역언론과 행정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첫 단계로 평가된다.

 

이번 간담회에는 양우식 의회운영연구회 위원장을 비롯해 홍문기 한세대 교수, 이경렬 한양대 교수, 이희복 상지대 교수 등 학계 전문가와 경기도 내 언론인 50여명이 참석했다.

 

홍문기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홍보비 집행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투명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복 교수 역시 “경기도의회의 선제적 연구는 의미 있는 진전이며, 다른 기관에도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장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매체 환경 변화로 인한 경영 어려움과 함께 기존 평가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성평가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역언론은 파트너”…양우식 위원장의 메시지

 

양우식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지역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며 제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역 언론은 육성해야 할 핵심 과제임에도 현실에서는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 관행을 면밀히 진단하고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론직필을 실천하는 언론이 경기도 발전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행정과 언론의 관계를 ‘지원과 종속’이 아닌 ‘협력과 균형’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형평성 논란과 지역언론 생태계 위기

 

행정광고비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지역언론 생태계와 직결된 사안이다.

 

포털 중심 뉴스 소비 구조 속에서 일부 매체는 높은 노출 효과를 확보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매체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고 집행 기준이 불명확하면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도달 효과 중심 평가가 강화될 경우, 지역 밀착형 소규모 매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공익성과 도달 효과, 지역성, 콘텐츠 품질을 함께 고려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관행 중심 구조가 가져온 왜곡

 

광고 집행이 관행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인식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무엇보다 광고 수주가 취재보다 중요해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언론 본연의 역할인 감시와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동일 인물이 여러 매체와 연결되는 구조, 형식적 요건만 갖춘 매체의 난립 등도 제도적 허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대상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제도의 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책임성과 언론 자유 사이의 균형

 

일부 지자체는 허위·과장 보도 이력 등을 광고 집행 기준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공적 자원의 책임 있는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자의적으로 적용될 경우,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행정광고비는 우호적 보도를 유도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책임성 확보도 필요하다.

 

이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형 해법: 제도화와 구조 개선

 

경기도의회 의회운영연구회는 이번 간담회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경기도 광고시행 및 지역언론 지원 조례(가칭)」 제정을 통해 광고 집행 기준을 명문화하고, 최소한의 객관적 배분 원칙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단순한 예산 집행을 넘어 기자 교육, 탐사보도 지원 등 지역언론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 개선을 넘어 장기적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론장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

 

행정광고비는 단순한 재정 집행 항목이 아니다. 그것은 공론장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집행 기준이 명확하고 공정하다면 공무원은 외압에서 자유로워지고, 언론은 광고 경쟁이 아닌 기사 경쟁에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이 불명확하면 의혹이 반복되고, 이는 행정과 언론 모두의 신뢰를 훼손한다.

 

정론직필로 가는 길

 

시민의 세금은 특정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여야 한다. 행정광고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친분이 아닌 원칙, 관행이 아닌 효과, 형식이 아닌 실질에 기반한 집행 체계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건강한 지역언론 생태계가 형성된다.

 

경기도의 이번 시도는 그 출발점이다.

 

정론직필이 존중받는 지역사회.

행정과 언론이 신뢰 속에서 협력하는 구조.

 

그것이 행정광고비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방향이며, 이번 논의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